티스토리 뷰

Writing

쉽게 쓰여진 글

gyulee0220 2019. 3. 10. 18:19

 요즘 글쓰는게 너무 쉽다. 나는 주로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 우선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듣는다. 일련의 자기암시인데, 내가 쓸려는 글의 감정과 최대한 비슷한 노래 하나를 듣는다. 가령 개발에 관한 글을 쓸때는 집중 텐션을 높이기 위해 주로 힙합을 듣고, 차분한 글을 쓸때는 발라드를 듣는다. 이 활동으로 글쓰기 효율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겐 이것이 일종의 글쓰기 루틴이 되어버렸다. 루틴이 끝난 뒤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카페에 앉아 글 하나를 쓰는게 너무 힘들었다. 도저히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고, 몇번을 쓰고 지우며 글을 썻다. 한 문장 쓰는데 몇십분씩 걸린 일도 비일비재했다. 초고를 쓰고 퇴고를 할 때까지 글을 수차례 읽었다. 글에 논리적 허점이 존재하지는 않는 지 문장 간 연결은 자연스러운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이전보다 글 쓰는 기술이나 실력이 늘어난 탓일 수 있겠지만, 요즘은 글쓰는게 너무 쉽다. 요즘 내가 글을 쓰는 걸 보면 막힘 없이 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하나의 문장을 쓰면 자연스레 다음 문장이 떠오른다. 특히 올해 들어서 이런 현상이 심해졌다. 몇년 전에는 카페에 하루 종일 있어도 하나의 글을 쓰지 못했는데, 요즘엔 2~3개씩 글도 쓴다. 문장 하나를 쓰는데 몇십분씩 고민하는 말은 나에게 옛이야기가 되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초고를 쓰고 수정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련히 잘 썻겠지 라는 생각과 이것 보다 좋은 문장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고쳐쓰기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다 쓰면 올리기 전에 대충 2~3번 정도 읽어보고 바로 올린다.


 얼마전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기대에 못이겨 의사라고 대답하고 고등학교 시절 제복 입는게 멋있어 경찰대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한 그 꿈은 분명 아닐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었다. 지금 2019년 내가 가진 꿈이 무엇인지 고민해본적이 정말 없었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몇가지가 있긴 했지만, 인생을 관통하는 꿈에 대해 고민 해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꿈은 삶의 목표이자 이유다. 꿈이 없는 삶은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꿈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표정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내가 회사에서 표정이 죽어있는 걸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현실에 휩쓸려 살아가다 보니 꿈을 잊게 되었다.


 내가 블로그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때도 나만의 꿈이 있어서다. 대단한 꿈 아니다. 돈벌기 위해서다. 솔직히 돈이 나를 블로그 세계로 이끌었다. 블로그는 나에게 최고의 플랫폼이었다. 우선 나의 본업 일을 하면서 작가를 병행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민망한 일이지만 서울시 어린이 기자 출신인 나는 어릴적 부터 글쓰기를 매우 좋아했다. 본업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소정의 수익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재작년 즈음인가 뉴욕 여행중에 쓴 글에도 아마 비슷한 내용이 있었을 텐데 난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하면서 어느정도 수입까지 벌어 오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밥 값까지는 못벌어도 커피 값은 벌고 싶다고 표현 했을 것이다.


 요즘 그 목표에 나는 제대로 다가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에선 어느정도라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했지만 나 나름대로의 기준치도 정해 두었다. 여기선 말할순 없지만 말이다. 내가 정한 그 수치를 달성하려면 독자들의 공감을 사야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내 글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나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닌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난 나만 생각하는 글을 쓰고 있는것 같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건 절대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건 자신의 삶에 행복을 더하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내 목표와는 상충된다. 블로그와 글쓰기로 돈 벌려면 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한 글을 써야된다.


 요즘 블로그로 내 지식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글을 쓰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쓴 글이 내가 가진 온전한 지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속에서 지식에 대한 기반이 약한데 읽는 독자는 내 글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좋은 블로그 글은 온전한 내 지식을 기반으로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에서 살짝 인용하고 독자들에게 읽기 좋게 다듬어야 돈벌이가 될 것이다.


  예술이 가난해야 한다는 건 옛말이다. 문학도 예술인데 작가가 항상 가난할 필요는 없다. 단, 돈을 벌고 싶다면 독자의 감각을 충족시켜야 한다. 어디서 줏어 들을 수 있는 흔한 정보가 아닌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써야한다. 고급 정보를 써야 독자의 구미를 당길 것이다. 또, 단순히 정보만 써도 안된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읽기 좋게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독자가 못 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블로그와 문학은 달라서 문학에서 중시하는 문장력이 블로그에선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 대신 독자들이 웹 환경에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자 정보도 중요하겠지만 시각 정보도 중요하다. 그래서 알고리즘 글을 쓸 때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내가 가진 온전한 지식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기좋게 잘 정리해야 하는 것이 내 목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온전한 지식은 2019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정보여야 한다.


 지금 내가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건 아닐까. 내가 글쓰는게 좋으니 독자에게 구미를 당길 글이 아니라 그냥 내 지식을 과시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지식을 정리하기 위한 메모장 밖에 안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건 그냥 집에 있는 공책이나 다이어리에 적어도 충분하다. 인터넷에 저장하고 싶다면 에버노트나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면 된다. 블로그에 수익을 얻기 위해 쓸 글을 아니다. 이곳에는 앞서 정리된 지식을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읽기 좋도록 정리된 글이 와야하는 것이다. 결국 고민 없이 쓰는 블로그 글은 마치 목적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취업 준비생때는 자기소개서 한줄을 쓰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했다. 자기소개서는 읽는 독자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소수의 독자에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 수없이 고민을 하면서 썼다.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과 목적의 명확했기에 하나의 문장에 수없는 고민을 했다. 지금의 나랑은 너무 다른 모습이다. 배고파야 예술이 나온다는 말에 그닥 동의는 하지 못하지만 절실해야 작품이 나오는 건 맞는말이다. 목적없이 글을 쓰기에 나는 지금 글을 쉽게 쓰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독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더 고민하고 유용한 정보를 만들고 제공하자. 또 치열하게 고민하자.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강의 식사 독후감  (0) 2019.04.14
표현의 기술 독후감  (0) 2019.03.20
2차세계대전사 독후감  (1) 2019.03.03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  (0) 2019.02.10
처음 느낌 그대로  (0) 2018.12.11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