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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존 키건이 쓴 2차세계대전사를 드디어 다 읽게 되었다. 책의 양이 많기도 했으나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씩 밖에 읽지 못했는데, 이번 주말에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갈 일이 생겨 책을 챙기고, 마침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거의 3개월 가량의 시간을 쏟아 부어 한권의 책을 완독을 할 수 있었다. 책의 양이 너무 방대해서 다른 책으로 갈아탈까 몇번이나 고민했지만,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상 끝까지 참으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갔던 카페만 수십곳이다. 책 값보다 커피 마시면서 쓴 돈이 몇배나 많을 듯하다.
워낙 전쟁사를 좋아하는 본인이라 관련된 지식은 많았는데 막상 세계 2차대전에 대한 내용을 A 부터 Z 까지 읽은 적은 없었다. 기회가 되면 2차대전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고, 이를 위해 딱 맞는 책이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였다. 영화나 게임같은 미디어 매체로 많은 사람들이 2차대전에 대해 만나게된다. 이를 통해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돌프 히틀러나 윈스턴 처칠이 누군지 다들 알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나 전쟁 게임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등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꽤나 많다. 이런 식으로 피상적인 2차대전을 볼 수 있는 경로는 참 많았다.
이런 부분적이고 개별적 정보들을 하나로 이어보고 싶었다. 영화 덩케르크의 다이나모 철수작전을 예로 들자면, 왜 영국군은 덩케르크에서 후퇴를 했어야 하며 철수작전 성공의 원인 그리고 이후 전개에 대해 궁금증이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근본적 이유였다. 히틀러의 폴란드 전역으로 전쟁을 개시하고 마지막 자살까지 오게된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닌 큰 그림을 보고 싶은 욕구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왜냐면 역사는 단편적이지 않고 복합적이다. 오토마타 처럼 하나의 입력으로 하나의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역사는 수많은 입력으로 수많은 결과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복합적 요인 분석은 꽤 힘든 작업이다.
존 키건을 이런 복합적 요인들을 딜레마로 표현했다. 그래서 이 책을 잘 살펴보면 누구누구의 전략적 딜레마라는 표현이 정말 많이 나온다. 주로 2차대전 참전국의 주요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딜레마를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이 선택한 원인에 대해 말을 해준다. 히틀러는 프랑스 침공이 끝나고 전략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히틀러의 선택지는 2가지 였다. 프랑스의 우방국인 영국을 침공할 지 아니면 자신과 그나마 관계가 괜찮았던 소련을 침공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당시 나치 독일과 소련은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 나치당이 집권한 이후 독일과 소련 사이에는 서로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독-소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물론, 이는 마치 절대 화합할 수 없는 두 세력이 더 큰 적 (영국-프랑스)을 상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맺은 불가침 조약이었다. 극우 이념을 가진 나치와 극좌 이념을 가진 스탈린이 서로 손 잡는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다. 표면적이라 하더라도 어쩃든 나치와 소련은 우호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동쪽전선으로 눈을 돌렸다. 히틀러가 영국이 아닌 소련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듯이 독소불가침조약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히틀러 역시 알고 있었다. 결국 말도안되는 두 나라간의 동맹은 결국 누가 선제공격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고, 한발 빨랐던게 히틀러였다. 앞서 설명한대로 두 나라는 이념적으로 서로 극단에 존재했다. 파시즘을 기반으로 집단한 나치는 애초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공산당을 때려잡자는 구호를 통해서다. 그리고 소련은 레닌의 공산주의 이념 세운 나라이다. 또한,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은 원수 지간이다. 두 민족은 역사적으로 친하게 지낸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19세기 말 비스마르크가 집권한 시기에 그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외교적 기조를 지니고 있어 좋은 관계가 유지 되었을 뿐, 그외 시기에 두 나라는 항상 대립해왔다. 결국 ‘독-소 불가침 조약’은 겨우 8개월의 시간만 지속되었다.
히틀러는 결국 소련의 붉은 군대에 무릎꿇게 되어 자살하며 2차대전에서 패망을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히틀러의 선택이 동부 전선이 아닌 서부전선이 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보면 위의 논리가 맞아 보이지만, 사실 히틀러의 동부 전선 선택은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히틀러는 자신의 예상보다 빠르게 프랑스 침공을 끝냈다. 한때 유럽의 패자였던 프랑스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거라고는 생각치 못한것이다. 다음 타겟인 영국은 섬나라이다. 그런데 프랑스가 없는 영국은 사실 큰 힘을 쓰지 못한다. 아무리 섬 안에서는 강할지라도, 유럽 본토에서는 발판이 없으면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 반대로 독일이 영국 본토 섬을 공략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크레타 섬 전투만 보더라도 섬 공략의 어려움을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전차다. 전차는 전투지역이 넓은 전역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기에 독일 군은 영국이 더이상 힘을 못쓴다는 판단과 침공의 어려움, 자신들의 강점 활용 위해 마지막으로 이념적으로 공산당을 잡고 게르만과 슬라브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소련을 침공한다. 소련 침공 자체가 실패라고 하기에는 바르바로사 작전은 꽤나 매서웠다. 히틀러는 모스크바 점령 직전까지 몰아 넣게 되었고, 스탈린은 꽤나 휘둘렸다. 그래서 히틀러의 동부전선 선택은 그리 나쁜 선택은 분명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다르게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고, 처칠의 반격이 적중을 했기 때문에 진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이번에는 이 책의 문장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해볼까 한다. 영국사람인 존 키건의 책을 한국어로 옮긴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책에 영어적 표현이 많은 부분은 조금 아쉽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쓴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자신의 생각이 최대한 적게 들어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책은 문학작품이 아니기에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책을 번역할 때는 저자의 언어 보단 옮긴이의 언어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 영어의 문화와 한국어의 문화는 다르다. 키건의 글을 그대로 옮기려는 옮긴이의 의도는 이해 하겠으나, 조금 더 한국어스러운 표현을 많이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많은 2차세계대전 저서는 프랑스 침공, 소련 침공,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의 유럽에 초점을 맞추고 태평양 전쟁이나 이탈리아 전역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키건은 비교적 균형적으로 이야기를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이전에 존재하는 저서들보다는 확실히 태평양 전투의 비중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이야기의 비중과 다르게 너무 연합국 중심의 전개는 다소 아쉽다. 이 책에서는 주로 전쟁을 설명하는 입장을 영국과 미국 중심으로 설명한다. 전쟁은 승자의 영역이라 연합국의 저서와 동맹국 저서의 양이 불균형도 존재하지만, 히틀러나 일본 제국 입장에서의 설명은 매우 빈약하다. 특히 일본의 입장이 설명 안된 것이 너무 아쉽다. 태평양 전쟁에 미국과 붙은 나라이자. 3전선 (서부, 동부, 태평양)의 대표 국 중 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설명이 빈약하다. 도조 히데키에 대한 전략적 딜레마는 소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주만 침공 선택이 원인 혹은 일제의 태평양 방어선을 설정한 배경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다만,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제의 잔혹성은 잘 표현했다.
앞서 아쉬은 점을 많이 설명했지만 2차세계대전을 피상적이고 종합적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책이다. 다만 각오는 해야할 점이 피상적으로 느끼는데 필요한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필자처럼 책을 잘 안읽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학문이나 상식에 접근하려면 큰그림을 한번 쭉 보고 들어가면 이해가 훨씬 빠르다. 나 역시 앞으로 2차대전을 만나는 것이 이번 책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상당하다. 이번에 그린 큰 그림을 기반으로 이젠 세세한 부분을 볼 차례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최대한 머리 속으로 읽는 부분의 장면을 그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3개월 동안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1939~1945년의 현장 속에 다가기 위해 노력했다. 전세계 사람 5천만명이 죽게된 정말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간접적으로 겪었다. 독일의 포탄이 떨어지는 덩케르크를 상상했고, 레닌그라드에서 물과 음식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현장도 상상했으며,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제 상부의 지시로 할복하는 일제 장교의 모습도 상상했다. 정말 이 지구에서 다신 일어나선 안될 끔찍한 장면들이다. 전쟁은 우리의 삶과 꿈을 앗아가는 사회악이다. 전쟁을 막기위해서 우리는 전쟁을 알아야 한다. 그 참혹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봐야한다. 나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알게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크고 참혹한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 이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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