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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지만,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반드시 쓴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했기 때문에 늦게나마라도 독후감을 쓴다. 이 책은 매우 정치적 성향을 크게 띄고 있는 책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함세웅 신부님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주진우 기자는 자신이 아는 사실에 대해서 소개한다. 물론, 자신들이 판단하는 사건에 대한 평가도 일부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든지 하나의 현상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말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으로 돌아가보더라고 그렇다. 역사선생님의 목적은 교과서에 나온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설명하는게 역할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주 피력한다. 이 책 역시 정치적 메세지와 거리가 멀도록 설명하려 하나, 그 안에서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많이 드러난다는 점들은 독자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역사를 객관적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입견이다. 역사는 매우 주관적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는 객관적이라고 배우는 이유는 하도 주관적이어서 제발 후대에는 그러지 말라는 의도가 크다. 어찌 되었든, 저자가 원한건 이 책으로 하여금 누군가가 하나의 정치적 성향을 띄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이 책에서 역사를 설명하는 두 사람 주진우와 함세웅 신부는 그저 자신들이 보고 배웠던 사실에 대해서 담담히 말할뿐이다. 그간 공권력이라은 무기를 통해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어떤 폭력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서술해 가고 있다. 먼저 함세웅 신부님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원래 설명문에서 존칭을 쓰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으나, 힘든일을 겪으셨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힘 쓰셨고 아직 살아계시기에 특별히 대우를 해드려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신부님께서는 실제로 공권력의 횡포를 직접 당하셨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고문을 당했고, 군부 독재 시기에 권력을 비난 했다는 이유 만으로 감옥에도 가셨다. 이 책은 주진우 기자와 신부님의 북 콘서트에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보여주는데, 강연에 온 사람들에게 당시에 본인이 직접 겪으셨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이탈리아에서 신학 교육을 받았던 점, 대한민국에 와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해주신다. 나는 신부님이 해주시는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에 교도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 1987을 봤고, 그 영화에서도 신부님이 나오신다. 공권력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시민들에게 말하려는 신부님의 노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주진우 기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악마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의 집요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기자의 제1 덕목은 이런 집요함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비판적이어야 한다. 주진우 기자가 활동할 당시에야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지만 당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진우는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공권력에 사과 역시 노무현 정부에 와서야 겨우 이루어졌다. 주진우 기자는 이런 점들을 지적한다.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두 알겠지만 대한민국은 정말 위대한 나라다. 그렇지만, 더 좋은 미래와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하고 발전의 시작은 인정에서 시작된다. 내가 얼마나 못난는지 인정을 해야 발전을 한다. 주진우 기자는 국가의 인정을 얘기한다. 우리가 잘못한게 있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군부독재 시절에 실시한 횡포에 대해 인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집요하게 추적한것이다. 이 추적과정을 통해 자신이 밝혀낸 몇가지 진실과 가설들에대해 잘 소개하고 있다.
이 두사람의 조합은 다소 뜬금 없기도 하다. 함세웅 신부님은 군부 독재 시기를 직접 사신 분이다. 사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3,40대 나이 대에 군부독재시기를 살아오신 분이다. 반면에, 주진우 기자는 초등학생 때 민주화를 경험했으니 직접적으로 독재시기의 피해를 입지는 않은 세대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둘을 서로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두 사람이 모여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 주진우 기자는 현재에서 과거를 추적하는 사람이다. 자신은 직접 겪은일이 거의 없으므로 사실 검증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직접 피해를 겪은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검증을 위한 아주 좋은 단서이다. 주진우 기자는 함세웅 신부와 대화를 통해 과거에 하나씩 다가가고 이를 보는 제3자인 우리 역시 같은 방향에 접근하게 된다. 즉,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주진우 기자가 그랬듯이 함세웅 신부를 통해 과거에 한발짝 씩 다가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뭉친 이유는 글을 읽는 필자가 역사에 서서히 다가가는 방식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무슨 사건이니, 몇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 났다고 무작정 외우라고 하면 정말 재미 없다. 우리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이다. 이 책처럼 함세웅 신부님이 직접 겪었던 일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아간다. 권력자들의 권력 이동이 궁금한게 아니라 당시 사는 사람들은 어땠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군부 독재라는 민감한 주제를 매우 작게 들여다보고, 권력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 집중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비록 조금 늦게나마 썻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책으라고 추천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궁금한 사람들, 특히 당시 시민들의 삶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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