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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쯤 한 블로그에서 충격적인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선동렬이 주제였다. 선동렬 투수의 실력이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증거들로 선동렬 선수가 등판할때 볼을 던져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된 사소한 오심 장면을 짜깁기해 유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5.18 사건이후 성난 광주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측에서 의도적으로 그에게 좋은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거나, 체계가 잡히지 않은 프로야구에서의 활약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무서웠던 점은 그 글의 퀄리티가 상당했다. 거짓 정보와 조작된 근거들을 크게 부풀려서 하나의 칼럼 기사 처럼 만들었다. 나처럼 야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위 내용들이 거짓인걸 쉽게 눈치 챈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 글을 본다면 진실로 저 거짓 주장을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슷한 유형의 글을 써본 솜씨였던지 주장에 대한 논리는 펼쳐가는 기승전결이나 글의 구성은 잘 짜여져 있었다.

 

 선동렬은 이미 우리나라 야구계의 전설이다. 야구를 꼭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선동렬이라는 이름은 전국민 대부분이 안다. 사람들은 선동렬에 대한 정보와 가치 판단이 이미 성립되서 블로거 한명이 허위사실을 유포해봤자 사람들에게 큰 파급력을 주진 못한다. 그런데 사전정보가 전혀 없던 사람에게 거짓 루머를 유포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연예계에 갓 데뷔한 아이돌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루머로 자신의 인생이 뒤엉킨 경우가 있었다. 그것도 아직 24년 밖에 살지 않은 아주 젊은 여성이다. 바로 걸그룹 러블리즈의 서지수다.


 2014년 처음 서지수에 대한 충격적인 루머가 나왔다. 당시 난 연예기사를 한창 자주 볼 때 여서 소식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걸그룹이 데뷔 초 루머는 마치 정해진 행사처럼 꼭 나온다. 그래서 흔히 지나가는 루머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 여초 카페나 SNS상에 올라온 서지수에 대한 루머를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 소속사와 서지수는 그 루머가 거짓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의외로 파급력은 상당했다. 다른 일진 루머와 다르게 위 루머는 내용이 차원이 달랐다. 내용은 진짜 충격적이었다. 이번 루머는 동생에, 아웃팅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였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재에 홀렸다. 결국, 서지수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쇼케이스에 참가하지 못했고 데뷔가 늦어졌다.


 지금 서지수는 러블리즈 그룹에서 멋지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 저 사건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본 ‘이상한 나라의 러블리즈’라는 TV프로에서 서지수가 자신이 심각한 고통이 과거에 겪었음을 알게되었다. 루머가 허위로 판명났다는 사실 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서지수 악성 루머 유포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이 올린 서지수 루머에 대한 글을 전부 읽어보았다.


 한 네티즌 유포한 서지수에 대한 글에는 그녀가 레즈비언을 아웃팅 시키고,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글에 제시된 근거는 주장과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해당 글에 제시되어 있는 사진들은 서지수의 일상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성인용품 구매 후기와 한 일본 AV배우의 사진을 첨부했다. 이 사진들은 네티즌의 주장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리고 글쓴이가 서지수와의 대화라고 주장하는 채팅 내용뿐이었다. 텍스트는 충분히 조작 가능할 뿐 더러 발신자도 정확히 누구인지 불분명했다. 제시된 근거 중 서지수 루머가 사실이라고 입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해당 루머는 경찰과 검찰에 의해 완전한 허위 사실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조작된 글에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 갔고, 서지수는 아이돌 데뷔가 늦어졌다. 수년 간 8명이 연습을 거쳐 준비한 아이돌은 결국 7인조로 데뷔하게 되었다. 데뷔에 실패한 소녀는 무대 대신 병원을 다녔다.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왔던 소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한 네티즌의 거짓말에 의해 그 꿈이 무너졌다. 일부 여초 카페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그 루머가 여전히 사실인양 믿고 다닌다. 이미 사회적으로 허위사실이라고 인정 받았지만 여전히 서지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졌을때 하는 인지부조화의 태도를 보여준다. 증거들이 모두 조작임이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지수의 루머가 풀린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말 같지도 않은 논리로 아직도 서지수를 괴롭히고 있다. 한 가수의 인생을 짓밟아 놓고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


 왜 서지수인가는 루머를 최초로 유포한 네티즌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 목적만은 분명하다. 서지수의 데뷔를 막고 그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만들어 냈다. 서지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극 활용된다.


  가짜 뉴스와 선동으로 아주 큰 재미를 본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나치의 선전 장관,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이다. 괴벨스는 괴링, 힘러와 더불어 나치 정권에서 가장 유명한 히틀러의 2인자 중 하나이다. 그는 뛰어난 대중 선동 전략으로 나치의 악행에 힘을 보탰다. 히틀러가 독일의 총통에 올라가는 괴벨스의 여론 형성이 정말 큰 몫을 했다.


 괴벨스의 선동전략은 매우 단순했다. “유대인은 죄다.”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프레임을 이용하여 대중을 선동했다. 그의 연설문, 라디오 방송, 글들을 보면 메시지가 매우 명확하다. 그의 말을 듣거나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세지를 정확히 인지 시켰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암울했던 독일의 분위기도 큰 역할을 했다. 전쟁 패배와 전후의 고통에 허덕이던 독일인들의 분노를 유대인 쪽으로 돌렸다. 절망과 고통에 가득찬 1920년대 독일인들은 쉽게 괴벨스의 선동에 넘어갔다.


 괴벨스는 대중을 선동하는데 있어 가짜 뉴스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유대인들이 가축 사육하는 장면을 활용하여 그들은 미개한다고 한다거나, 현재 독일에 돈이 없는 이유는 유대인들의 돈놀이 때문이라고 하는 등의 단순한 논리의 메세지를 전파했다. 괴벨스에 의해 선동된 독일인들은 스스로 나서 나치에 유대인을 신고하게 되었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이다. 사람들은 따분하고 지루한 진실보다 자극적인 거짓에 더 매력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비슷한 논점의 글이라면 팩트의 여부를 떠나 해당 뉴스에 나온 사실을 무조건적으로 믿는다. SNS나 커뮤니티가 아닌 우리가 모두 아는 일간지에서도 가짜뉴스가 쉽게 생산되고있다. 유력 매체의 정보에서도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얼마전 썰전에서도 패널 박형준이 노무현 정부때 발의한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해서 정치적 보복을 막기위해 시행되었다는 말도안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해당 법 1조에도 나와있듯이 법안의 목적은 대통령기록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이 법위 취지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자신의 치부가 될 수 있는 문서들을 의도적으로 파기하거나 숨겼다. 이런일을 막고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무엇을 기록했는지 알 수 있도록하고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위해서 실시한 법안이다. JTBC의 유명 티비프로에서 조차 말되안되는 거짓말들이 나오고 있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사실들이 정말 인생에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식이라는 걸 느낀다. 항상 비판적인 자세로 글을 읽어라, 글의 주제를 파악하면서 읽어라. 많은 사람들이 이 두가지 사실만 잘 학습했다면, 서지수는 그 힘든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 2차대전에서 그렇게 많은 유대인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괴벨스가 가장 어려워 했던 사람들은 자극적인 거짓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항상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런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보더라도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위 주장이 맞는지 샅샅이 살펴본다. 글쓴이의 화려한 문장 스킬에 휘둘리지 않고 글의 내면을 살펴볼 줄 아는 자들이다. 사람의 내면을 보는 눈 뿐만 아니라 글의 내면도 볼 줄 아는 능력을 길러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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