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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명주소가 이렇게 훌륭한데 왜 사람들은 도입이 된지 3년가량이 지난 지금도 반대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올 이유들을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도로명주소가 국제 표준이기는 하나 모든 주소체계가 그렇듯 완전하지는 않다. X,Y좌표야 말로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주소체계에다가 전세계 도심과 산, 바다, 해저까지 모두 표현 가능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도로명 주소 역시 도로,건물 중심의 표현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건물이 없는 나대지의 경우 표현이 불가능하다. 물론 나대지를 표현할 일이 살면서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나머지 장점들이 실생활에 적용하기 좋아 많은 나라들이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바꾸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외국에서 처음 시행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도로명주소는 서양에서 자주 보이는 직사각형 바둑판 모양의 도심에서 물론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지어지는 신도시들은 이런 구조를 띄고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같은 도시들은 오래전 부터 형성된 구조가 유지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도로명 주소가 쉽게 정착되기 좋은 구조는 아니다.


 우리나라 도로명주소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정부의 정책도 미흡한 부분이 존재했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에도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국내 도로명주소 체계에는 아래 언급한 문제 말고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큰 3가지 문제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1. 이상하고 외우기 힘든 도로번호 부여방식

 우리나라는 외국 도시들에 비해 골목길의 구성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인구밀도와 건물밀도가 상당히 높아서 그에 따라 골목길도 정말 많이 있다. 건물의 출입구를 기반으로 도로명주소가 배정 되기 때문에 건물 입구가 있는 모든 골목길에 도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로 곡선, 대각선 구조로 되어있는 골목길에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도로명을 붙이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도로마다 각각 새로운 이름을 부과하면 그것 또한 외우는데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도로 명을 만드는데 일정한 규칙을 만들었다.


 우선 도로의 급에 따라 대로, 로, 길을 이름으로 부여한다. 큰 도로의 경우 ‘대로’(강남대로), 그것보다 급이 낮은 도로는 ‘로’(봉은사로), 더 낮은 단위의 길은 ‘길’(세종길) 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그 다음 주 도로에서 분기가 되는 골목길들에 대한 이름을 매긴다. 아래의 사진을 예로 들자면 ‘와우산로’라는 주 도로가 있고, 각 분기의 길은 ‘와우산로XX길’이 된다. 길의 우측에 있는 경우 짝수가 되고, 좌측에 있는 경우 홀수가 된다. 길의 시점 부터 종점까지 오름차순으로 번호를 매긴다. 그래서 룰을 알고 있다면 어느 길이 주 도로의 어디쯤에 나타날 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직사각형 구조의 신도시의 경우 이 2가지 법칙만 있어도 충분히 모든 도로에 도로명을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사도진에 나온 서교동 일대만 보더라 알수 있듯이 우리나라 도로 구조는 그렇지 못하다. 저 작은 지도 안에 5거리형 교차로, 곡선 도로, 삼각형 구조의 도시 구조 모두 불 수 있다. 서울 시내는 대부분 저런 도로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주 도로에서 한번 갈라진 1차 분기 도로(ex. 와우산로29길)에서 다시 한번 더 갈라지는 2차 분기에 대한 도로 명을 만들었다. 위 사진에서 나오는 ‘와우산로29가길’, ‘와우산로29나길’이 그것이다. ‘와우산로29길’의 시점부터 종점까지 가,나,다,라를 부여하여 번호 뒤에 붙여 도로명을 완성한다.


 텍스트만 보고도 많은 사람들이 주소의 분기를 명확히 알아야 하지만, ‘와우산로29길’과 ‘와우산로29가길’의 분기를 일반 사람들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주소는 간단해야한다. 골목길이 많은 우리나라에 2차분기에 대한 도로명을 만들다보니 저런 이름이 나오게 된다. 간단해야하는 도로명이 점점 복잡해진다.


 또 다른 문제는 도로명이 지자체마다 통일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큰 길가에서 뻗어나온 도로를 해당 건물 번호를 이용한다. 예를들어 수원시 영통구 매탄로의 경우 분기도로가 건물 번호 51번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매탄로51번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매탄로51길’과 ‘매탄로51번길’의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서교동 주민들은 ‘매탄로51번길’을 이해하기 힘들고, 매탄동 주민들은 ‘와우산로29가길’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다. 주소는 전국민이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해야한다. 이원화된 도로명 부과 방식은 앞서 언급한 도로명주소의 최대 장점인 예측성이 퇴색된다.


 2. 핌피현상

 시민들의 핌피현상은 도로명주소 체계 이해의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한가지 예시를 보자.



 목동중앙북로 예시는 대표적인 도로명주소 핌피현상이다. 서울시 양천구와 강서구의 경계에는 ‘공항대로’가 존재한다. 공항대로의 경우 김포 공항, 강서구청을 거쳐 성산대교 남단까지 이을 정도로 서울 강서권을 대표하는 도로 중 하나다. 따라서 공항대로의 분기에 형성되는 도로의 경우 ‘공항대로XX길’이 명칭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목동에 사는 양천구 주민들은 ‘목동’이라는 지명이 주소에 반영시키기 위해서 편법을 사용한다. 바로 공항대로와 평행하게 나있는 골목길에 ‘목동중앙북로’라는 명칭을 부과하고 양천구에 존재하는 공항대로에 대한 분기 도로를 전부 목동중앙북로의 분기 도로로 만들어버린다.





 자신이 사진 주소에 반드시 ‘목동’이라는 단어를 넣으려고 생겨난 촌극이다. 크고 직관적인 주 도로를 기반으로 도로명을 지어야 한다. 위에 보이는 예시와 같이 왕복 8차선에 9호선도 통과하고, 버스 중앙차로까지 있는 공항대로를 주 도로로 설정했어야한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어처구니없는 이기주의로 골목길에 불과한 목동중앙북로를 주 도로명으로 사용했다..


 목동뿐만 아니라 화성시 부근의 동탄과 성남시 판교에서도 자주 보인다. 좀 더 잘 사는 동네의 이름이 포함된 도로명주소를 만들려고 시도를 했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로 집값이 상승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도로명주소가 좋다고 그 집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런 핌피현상은 이점도 없이 도로명주소의 혼란만 더욱 가져왔다.


 3. 정부의 강제적 시행

 주소체계는 의식주 중에서 주거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도로명주소 체계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한적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도로명주소의 작명원리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번주소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새로운 주소체계를 도입하려면 필요성과 방식을 충분히 이해를 시켰어야 했다. 변경된 집 주소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한다. 대국민 투표까지 가는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각 가정마다 도로명주소에 대한 이점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라도 배송을 했어야한다.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해야한다.


 하지만 TV 공익광고 하나와 도로명주소 변환 웹사이트 둘 뿐이었다. 인터넷에 익숙한 청년층이면 몰라도, 중장년층이 도로명주소 자체를 접하기도 어렵다. 중장년층은 현재 도로명주소가 시행되고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점은 전면 시행이 시작된 이후라도 도로명주소 서포터즈 모집을 하고 수준 높은 공익광고를 만든다는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로명주소의 인식을 바꿀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 지번주소의 불편함을 다들 알고 있어서 도로명주소를 처음 도입하고자 할땐 지금보다 훨씬 우호적 여론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좋은 홍보 방안을 기획했으면 한다.


 기존의 고착화된 체계를 손대다보니 문제점이 먼저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번주소 체계에 너무 익숙해졌다. 여전히 도로명으로 지역을 대화하는 것은 불편하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더라도 아직은 도로이름보다 동이름과 번지수가 먼저 나온다. 그렇다고 구시대적인 지번주소를 그대로 유지해서도 안된다. 초기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한다.


 또 네비게이션 장비와 GPS의 발달로 도로명주소가 과연 필요할 지 지적하는 사람들도 물론 존재한다. 지도어플만 있으면 지번이든 도로명이든 주소에 상관없이 원하는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주소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삶에서 점차 옅어지는 것 뿐이지, 지번주소를 그대로 유지해야할 명목이 되지는 못한다. 주소라는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이다. 비록 도입이 많이 늦기는 했지만 그리고 당장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도로명 주소는 분명 큰 이점을 가져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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