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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점주가 한번 바뀐적이 있었다. 새로온 점주는 편의점 상품 진열 구조를 전부 바꾸고 싶어 했다. 반년 정도 근무한 나는 지금 구조에 완벽히 적응이 되어서 매장관리에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려니 쉽지 않았다. 물건을 진열할 때도 자주 실수를 했고, 손님들에게 다른 위치로 물건을 안내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특히 냉장고 안에서 추운 겨울에 음료수를 진열하는 작업을 할때, 이전 구조로 1시간 가량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하지만 매장 구조를 바꿔야 된다는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이전 점주는 매장 관리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아서 잘못된 구조의 매장 진열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좋은 진열 구조란 유형이 비슷한 물건들을 서로 가까이 놓고, 사람의 시야에 잘 팔리는 제품을 놓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러명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무자끼리 제품 진열 방식이 서로 잘 맞아야 한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 특성상 일정한 규칙이 없으면 알바생에 따라서 계속 진열이 바뀌게 되고 점점 매장관리가 업무가 늘어난다. 그래서 나는 새로온 점주님의 매장 구조 변경을 적극 찬성했다. 처음 적응하는 과정은 다소 힘들겠지만 더 편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에 적응해야한다. 오늘 할 얘기도 바로 이 새로운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다.
오늘 다룰 주제가 바로 우리나라 새로운 주소의 시스템, 도로명 주소다. 인터넷에서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 체계 중 어느것이 편리한가 토론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온라인 상에서 쉽게 싸움이 나는 주된 떡밥 중 하나이다. 양측의 지지자(?)들이 상대 주소 체계에 대한 비방과 더불어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래서 도로명주소의 지지자로서 한번 도로명 주소의 장점에 대해 써볼까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도로명주소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그래서 이번주는 도로명 주소의 장점에 대해 쓰고, 다음주에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도로명주소의 문제점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도로명주소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성이다. 지번주소만 가지고는 찾고자하는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매우 어렵다. 반면 도로명주소는 위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길을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 스마트폰이 없다고 가정하고 아래 두개의 주소의 위치로 찾아가야 한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84길 1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25-24
지번주소의 번지수는 주소를 부여받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진다. 역삼동 100번지 옆에 101번지가 있지 않다. 역삼동 내에서 주소를 부여받은 순서대로 지번이 매겨지기 때문에 지번으로면 위치를 알 방법은 없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랑 네비게이션 없이 주소만 가지고 저 건물을 찾아갈 수 없다. 만약 정말 그래야 하는 상황이라면 역삼동 근처의 부동산에 찾아가 해당 위치를 물어봐야 한다. 지도라도 있으면 지점을 찍을 수라도 있지만 지도마저 없다면 정말 답이 안나온다.
반면 도로명주소는 위치 예측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지도 없이도 충분히 찾아 갈 수 있다. 물론 이론상이다! 강남대로에 도달 했다고 가정하면, 도로 표지판과 건물번호 명판으로 해당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도로명주소는 주소라는 텍스트 만으로도 원하는 위치에 도달한다는 점이 매우 강력한 무기다. 위의 예시로 설명하자면, 강남대로84길은 강남대로의 우측에 위치한 길이다. 우측의 길에 짝수 번호가 부여되고, 좌측의 번호에 홀수 번호가 부여된다. 건물 번호 역시 위와 같은 규칙으로 부여된다. 이 점만 인지하고 있다면 도로명주소만 가지고 위치를 찾아 갈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이론상으로 건물을 찾는것이 가능하다. 당연히 주소만 가지고서 건물 위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해당 건물이 공사 중일 수도 있고, 건물 사정상 에 도로명주소 명판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의무적으로 모든 도로와 건물은 각각 도로명 표지판과 도로번호 명판을 설치해야한다. 각 지자체에서 모든 건물을 대상으로 건물번호 명판이 있는지 조사를 했겠지만, 365일 내내 점검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건물 관리 도중 누락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 물론 이때 발생되는 문제들은 사실 불가피한 점들이다. 우리가 지번주소를 사용하다보니 혹은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니 위와같은 변수를 몰랐던 것 뿐이다. 지번주소는 애초에 건물근처까지 찾아가기도 어렵다.
또한 주소체계의 일반화, 단순화가 가능하다. 지번주소체계에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70 장안타운 건영1차아파트”라는 주소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장안로41번길 13”으로 바뀌게 된다. 앞의 지번주소 체계에서는 번지수 이후 아파트 명을 명시하는 반면에, 도로명주소 체계에서는 도로명, 건물 번호로 명시한다. 아파트 이름은 사적인 영역이다. 아파트 이름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 혹은 뉴타운 명칭과 같이 같은 시군구 내에서도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름의 일관성이 많이 떨어진다. 반면 도로명주소에서는 아파트 명칭이 도로명+건물번호로 일반화 된다. 물론 도로명 역시 주민들이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지만 어쨌든 공적인 영역이다. 지자체에서 지정한 공식적인 도로명과 부여 방식에 따른 건물번호를 사용한다. ‘장안타운 건영1차아파트’가 ‘장안로41번길 13’으로 일반화를 시켜 시민들에게 편의를 준다. 도로명 역시 같은 시군구내에서는 중복될 수 없는 조건이 있어 헷갈릴 소지를 최소화한다.
물론, 도로명 주소가 완벽한 주소체계는 분명 아니다. 기존의 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보다 가지는 이점은 위치 연상이 쉽다는 점이다. 앞의 두개의 주소를 보면 알듯이 서울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역삼동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강남대로84번길이라고 말하는것 보다 위치 연상이 더 잘된다. 서울 시민들은 주로 “목동에서 역삼동 가는데 얼마나 걸려?” 라고 물어보지 “오목로에서 강남대로까지 얼마나 걸려?” 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서울시민들이 도로명에 익숙해져서 오목로나 강남대로의 위치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역삼동은 면이고, 강남대로는 선이다. 1차원 선보다 2차원 지면이 위치를 특정하기 훨씬 쉽다. 또한, 서울시에 존재하는 도로명이 동의 숫자보다 훨씬 많다. 동의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위치 연상에 더욱 효율적이다. 종로나 세종대로와 같이 대표성이 존재하는 도로가 아닌 이상 도로로 위치 연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읍면동리를 표기하는 방안을 현재 사용중이다. 가령 위의 주소의 경우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84길 15, (역삼동)”과 같이 표기한다. 도로명주소가 가지는 위치 연상 미흡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다.
도로명주소가 서양식의 주소체계를 따라하여 외국의 방식이라면 무조건 따라가는 정책이라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는 정말 잘못된 시각이다. 도로명주소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소체계이다. 아파트공화국의 우리나라의 실정에 안맞는다고 하지만, 도로가 복잡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많은 곳에서 도로명주소를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도로명주소체계가 잘 적용된 사례가 매우 많다. 게다가 외국 사이트에 가입해야 할 경우 대부분 도로명주소체계를 기입해야한다. 필자가 얼마전 캐나다에 여행 목적으로 입국해야해서 ETA를 신청했는데, 주소를 도로명으로 입력해야한다. 이미 효용이 검증 되었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잘 적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체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도로명주소 체계를 지지한다.
다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로명주소 체계는 많이 불안하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추다보니 살짝 변형되거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과정 중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시민 의식도 지적해야할 부분이 있다. 위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해보도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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