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먹튀. 국내 메이저리그 팬에게 ‘프린스 필더’에 대해 묻는 다면 이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밀워키에서 디트로이트로 FA 이적할 때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았다. 그는 밀워키와 디트로이트에서 뛸 때에는 MLB를 대표하는 간판 1루수 였다. 그러나 2015년 텍사스로 트레이드 된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많은 팬들에게 먹튀라는 별명이 붙게되었다. 게다가 한국인 추신수 선수와 같은 팀 동료였기 때문에 국내팬에게 그의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더욱 각인되었다.
지금으로 부터 10년 전인 2007년 필자는 처음 메이저리그를 접하게 되었다. 당시 KBO는 암흑기를 지나 서서히 인기를 회복했을 때 즈음이다. 이와 맞물려 일부 국내 야구 팬들도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0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는 A-rod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그는 지금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나 마이크 트라웃 이상으로 인기있는 슈퍼스타였다. 특히 A-rod가 속해있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전도 그의 인기와 함께 사람들의 주된 가십거리였다. 훗날 템파베이의 기적과 같은 우승, 토론토의 약진 등으로 지금의 AL 동부 지구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의 순위 경쟁 상태 이지만, 당시 1,2위는 거의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독점 했다. 그런데, 내 관심은 이 두팀에 있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강타자는 양키스의 A-rod도, 레드삭스의 매니 라미레즈도 아닌 바로 밀워키의 프린스 필더였다.
왜 밀워키 팬이 되었고, 프린스 필더의 팬이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07년 홈런왕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의 한국어 문신 때문 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강타자가 많은 팀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근데 사회인 야구에서는 투수력을 강조한다.) 현재 KBO에서 좋아하는 팀이나,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강타선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물론, 올시즌 두 팀 다 지독한 물타선이 되었다는 건 비밀이다. 밀워키는 리키윅스, J.J하디, 라이언 브론, 프린스 필더로 대표되는 강타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키스나 레드삭스에는 많이 못 미치는 팀이지만 타선 만큼은 내셔널 리그 내에서 1,2위를 다퉜다. 팀 내에서 4명의 지분은 상당했다. 필더-브론 듀오의 타선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NL동부 지구에서 항상 하위권을 머물던 팀을 지구 우승까지 이끈 데에는 두선수의 몫이 정말 컷다.
그랬던 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선 실패했다. 고질적인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84년생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많은 MLB 선수들이 필더와 같은 기로에 자주 선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도달하여 자신의 몸 상태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한때 채식까지도 선언할 만큼 몸관리에 신경썻던 그였지만,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자신의 신체의 120%를 발휘해야 살아남는 MLB에서는 매우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몇몇 선수들이 필더와 같은 기로에 서있을 때, 생명 연장을 위해 불법 약물에 손을 대곤 한다. 밀워키 시절 팀 동료였던 라이언 브론 조차도 약물 의혹이 있다. 그러나 프린스 필더의 선택은 은퇴였다.
텍사스 팬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슈퍼스타로 기대 했던 자기 팀의 선수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냈는데 어찌 욕을 안할 수 있겠는가. 프로 무대에서 성적이 낮은 선수는 팬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분명 텍사스에서의 필더의 성적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그의 팬이다. 10년전 프린스 필더는 나에게 메이저리그의 재미 그리고 홈런의 재미를 알려준 선수이다. 어린시절 그의 경기를 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훗날 토론토 로저스 센터 까지 가서 MLB경기를 관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어느팀에서라도 밀워키와 디트로이트 시절의 위용을 되찾기를 바랬다. 하지만 작년 그는 은퇴를 선언했고 끝내 내가 기대했던 예전의 모습을 돌아오지 못했다. 많은 한국의 MLB 팬들은 나의 프린스 필더 칭찬에 이해가 안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짧았지만 메이저리그 최정상에서 활약한 1루수였다. 그도 전성기땐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였다는건 알리고 싶었다.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 외모와 전혀 안어울리는 채식주의자 강타자 프린스 필더. 난 정말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Writing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 이슈 (0) | 2018.01.21 |
---|---|
목표 의식 (0) | 2018.01.21 |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0) | 2018.01.21 |
국가주의 열풍 (0) | 2018.01.21 |
Elo rating (0) | 2018.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