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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Column

더닝 크루거 효과

gyulee0220 2018. 1. 21. 12:09

 얼마전 체스를 시작했다. 시작한지 불과 3달도 안됐다. 원래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언젠가 배워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밴쿠버 여행중 시간이 많이 난 김에 시작해봤다. 공항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앱을 다운받고 룰을 익히고 게임을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뉴욕 여행 중 센트럴 파크에서 두 명의 노인분들이 스탑워치를 놓고 체스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랑 정말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장소가 탑골공원이 아닌 센트럴 파크고, 종목이 장기가 아닌 체스였고 음료수는 막걸리 대신 콜라가 테이블 위에 있었다. 아마 서양에서도 체스에 대한 인식은 올드한 보드 게임인듯 하다. 장기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인식이듯이 젊은 층보다는 장년층에서 더욱 즐겨하는 게임이다.


 체스는 장기에 비해 룰이 단순하다. 경우의 수도 훨씬 작고 전략도 많이 정형화 되어 있어 진입 장벽은 장기보다는 낮다. 그래서 쉽게 초보자 모드 인공지능을 이겼다. 한 두시간이면 앱에서의 초보자, 중급자 모드는 쉽게 이긴다고 생각된다. 그 뒤로도 재미를 느껴 한국에 와서도 앱으로 계속 체스를 즐겼다. 체스의 기본 시작인 퀸 스타트, 킹 스타트라던지 혹은 특수 룰인 양파상 들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앱에서의 전문가 모드도 깼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 모드를 돌파했다는 사실로 마치 체스 뽕에 맞은 듯했다. 어디가서 막 체스 잘둔다고 말도 하고 싶고 자신감이 붙었다.


 근데 돌이켜서 생각해보자. 난 체스를 시작한지 이제 몇일 되지도 않았다. 돌파한 전문가 모드 역시 30번 넘게 대결해서 딱 한번 이긴거다. 승률로 계산해보면 약 3퍼센트 정도 밖에 안된다. 앞에 말한 스타트 기보나 양파상은 체스의 기본중에 기본이다. 체스를 좀 둬본 사람들이 본다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실제로 엘로 레이팅 계산해보면 500점이나 나올까 싶은 처참한 실력일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실제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잘 모르는 분야, 갓 입문한 분야에서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학교 학부 2~3학년생들이 가장 전공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있다는 우스개소리도 괜히 나온말이 아니다. 코넬 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는 이 현상에 대해 주목했다. 둘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약 80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이 수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닝과 크루거는 사람들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 일수록 이 현상은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으로는 자신이 해당 분야에 잘 모르는 상태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해당 분야에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할 때 자기확신이 더 높게 올라간다. 그러다 지식을 쌓을 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느끼며 자기 확신이 줄어든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기가 많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기 시작하면 자기 평가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끌어냈다. 이 현상이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이다.


 무지가 때론 지식보다 더 큰 확신을 가져온다. 그래서 무지한 사람들은 항상 확신에 차있다. 확신에 차있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조직에 그런 구성원이 있다면 리더로 부터 항상 이쁨을 받는다. 해당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한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분야도 많았다라는 사실을 느끼며 확신이 줄어들어 자칫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리더 입장에서 두 사람의 의견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뻔하다. 물론 이런 것까지 통찰 하는 뛰어난 리더라면 다르겠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만날 일반적인 리더들은 전자의 유형이 더욱 많다.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해 정말 지식이 많아 확신에 차있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리더는 이런 사람들을 구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현상에서 설명하듯 우리는 잠깐의 고민을 통해서도 문제를 푼다는 착각도 한다. 매번 공부를 할 때 벼락치기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나면 우리는 지식을 습득 했다고 믿는다. 이세상에 천재는 없다. 지식을 습득하는데는 물리적 시간이 막대하게 든다. 의외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인터넷 검색으로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를 보고 그 현상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은 1963년 링컨 기념관에서 연설을 할때 엄청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연설문을 쓰기 시작한 시점 부터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연설대에 오르기 직전 까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그는 연설대에 오르기 직전에 한 문장을 추가하게 되는데, 그 문장이 바로“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라는 문장이다. 이 말은 마틴 루터 킹 연설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 되었다. 원래 쓴 연설문에는 이 말이 없었다고 한다.


 나도 글을 쓸때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내가 잘 모르고 있던 분야에 대해 글을 쓸때 7일의 시간은 현상을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길가면서 자주 고민하고, 가끔 사색에 잠길 때도 있지만 칼럼 하나를 쓰기는 분명 부족하다. 그래서 전문 칼럼리스트들의 대단함을 느끼기도 한다. 좀더 깊은 고민을 하고 싶지만 현재는 내 물리적 시간과 현실적 이유로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위대한 아이디어는 수없는 고민끝에 나온다. 서점에서 한때 베스트 셀러에 오른 책 중에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그 책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얕게나마 알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더욱 고민 하면 좋겠지만, 단지 타인과의 대화를 위해 얕은 지식만 축적하는 행동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한다. 우리가 느끼는 지식은 마치 빙산과 같다. 배 위에서 아무리 빙산을 봐봤자 우리 눈에 보이는 지식은 한정되어 있다. 더 깊은 지식을 느끼기 위해서는 바닷속에 들어가 탐험 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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