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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 초상화



동방 이학의 비조


 고려가 한창 원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던 1337년 12월 22일, 정몽주는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난다. 그의 원래 이름은 '몽란' 이었으나, 훗날 주나라 성인을 본받는다는 의미로 이름을 '몽주'로 바꾸게 된다. 정몽주는 자신의 스승인 이색에게 '동방이학의 비조'라는 찬사를 받는다.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 성리학 서적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정몽주는 몇 안되는 성리학 서적으로도 자신의 학문적 소양을 쌓았다.


 정몽주는 '동방 이학의 비조'라는 별칭이 어울릴 만큼 공민왕 초기 고려 과거시험에 장원으로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1363년 여진족 토벌에도 참가하며 이름을 높였고, 예조정랑 자리를 거쳐 성균사성에도 올랐다. 또한, 명나라에 사신으로도 다녀오며 유교 국가였던 명나라의 사상을 깊게 받아들이게 된다.


 정몽주는 말그대로 문무를 겸비한 신료였다. 그는 여진족은 물론 왜구 토벌에도 이성계와 함께 참여해 공적을 이루었다. 그가 단지 충섬심만 가득했던 고려의 문관은 아니었다. 전쟁에서도 공적을 세우고 유교적 안목도 매우 뛰어난 고려 말기 최고의 인재였다.



 이성계와 함께 우왕을 몰아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성계와 정몽주의 사이는 초반에 매우 좋았다. 여진족 토벌에서 서로 마주쳤던 둘은 각자의 학문적 식견에 매우 감탄했다. 이성계는 북방 출신의 장군 답지 않게 유교적 식견이 매우 뛰어났다. 정몽주 역시 앞서 언급한대로 문관 답지 않게 전쟁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다. 이런 점들로 보아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아주 잘 맞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고려 국왕이었던 우왕은 정치라곤 전혀 관심어 없고 매일 음주가무와 여색을 즐기는데 집중했다. 몽골의 오랜 지배를 받아온 고려는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권문세가의 부정 부패, 무능한 국왕들의 등장은 고려를 점차 병들게 했고 이제 고려의 국운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것이 불보듯 뻔하였으나, 우왕은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이 광경을 보다 참지 못한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우왕을 몰아내고 창왕과 공양왕을 순차적으로 옹립하며 실권을 장악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정몽주는 이성계의 행보에 큰 불만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왕은 유능한 아버지 공민왕과 지혜로운 어머니 노국공주 사이에 태어났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막장 행보를 이어갔다. (신돈의 자식이라는 의혹이 있는 점은 우선 넘어가자..)



단심가




이성계 일파와의 갈등 그리고 죽음


 하지만 정몽주는 위화도 회군 이후 4년간의 이성계 행보를 보면서 그에게 고려의 개혁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음을 눈치채고 그와 갈등하게 된다. 이성계는 정도전과 함계 역성 혁명을 꿈꿨다. 고려 왕씨 왕조를 몰아내고 새로운 국가 수립이 피폐해진 고려를 살리고 백성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방법 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성계는 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정도전은 머리로 새로운 국가의 사상을 쌓았다. 백성들의 이성계에 대한 열망은 더 커져갔고 이제 이성계는 오랜 기간 꿈꿔온 새로운 국가 조선을 만들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기존에 역성혁명에 꾸준히 반대해왔던 정몽주이기에 그가 새로운 국가에 참여하지 않을 걸 알았지만, 이성계는 정몽주가 새로운 국가의 재상이 되길 간절히 바랬다.


 이방원은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술자리를 가졌다. 이 일화가 그 유명한 ‘하여가’와 ‘단심가’이야기다. 이방원은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하여가를 통해 표현했으나, 정몽주는 단심가를 통해 자신은 고려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떄는 1392년, 조선이 건국했던 바로 그 해다.



선죽교




 정몽주에 대한 또다른 해석


 여기까지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몽주 이야기다. 이성계의 끝없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정몽주는 고려를 배신하지 않았고, 결국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근데 이런 행보를 보다 보면 몇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가 정말 고려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다면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통해 우왕을 몰아 냈을 때는 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우왕이 워낙 무능해 몰아냈다고 치면, 이성계는 유능했던 최영 장군도 죽였다. 이 시점부터 이성계의 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 되고 있었는데, 이때는 침묵하고 있었던 정몽주였다. 그가 진정한 고려의 충신이었다면 그 전에 미리 이성계를 견제 했어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그의 충신으로서의 안목은 심히 떨어지는 것이다. 4년간 이성계를 견제할 시기는 충분했다, 성공 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정몽주는 실제로 이성계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를 실시했다. 이성계가 사냥 도중 낙마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일파를 제거하려 했지만, 이성계가 너무 멀쩡하게 걸어나와 실패했다고 한다.



정몽주 일생의 라이벌, 정도전



정몽주는 과연 온건파 사대부였을까?


 이런 일련의 행보를 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한 시점에는 이인임 일파가 정계에서 추축되고 사대부가 정권을 장악한 시기였다. 이 시점에서 고려를 유지하자는 온건 개혁 사대부와 역성 혁명을 통해 고려를 바꾸자는 급진 개혁 사대부로 나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은 온건파의 정몽주와 급진파의 정도전의 세력 싸움을 벌였고, 정도전이 승리해 조선에 새로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화도 회군을 통해 이성계와 급진파 사대부가 권력을 잡으며 온건파 사대부들의 세력은 크게 약화된다. 이 두 세력 다툼에서 이성계와 친분이 있던 정몽주는 이성계의 반란에 참여를 하게 된다. 역사가 늘 그렇듯 온건파, 급진파 이분법으로 세력을 딱 짤라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은 사상보단 이해관계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몽주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성계의 반란에 참여 한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이 든다.


 정몽주의 당대에 대한 기대는 그저 평범한 재상이 아니었다. 정몽주의 영향력을 대단했다. 그렇게 고려 사람들에 사랑을 받던 정몽주 였기 때문에 역성 혁명 참여는 자신이 지금껏 해온 행보와 정반대의 길을 갈 뿐더러 백성들로 부터 받는 신망의 이미지를 모두 잃게 되는 계기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재밌는건 이런 충성의 이미지를 활용해 정몽주를 띄운건 바로 조선이다. 조선초기 지도부가 가장 두려웠던 건 자신들이 그랬던 것 처럼 누군가의 역성혁명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정몽주의 이런 충절의 이미지는 현 정부에 충성하라는 메세지를 다른 관료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에 조선 정부는 적극적으로 정몽주 띄우기에 나선것이다. 정부와 왕조에 충성하라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다.




양화대교 북단에 위치한 포은 정몽주 선생 상




 고려 최고의 재상, 정몽주


 이런 해석들을 뒤로 하더라고 고려 내내 정몽주 만큼 유능함과 학문적 소견을 두루 갖춘 재상은 없었다. 고려 말기 주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공민왕 대에 왜구와 여진족의 침입에도 국가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이 매우 크다. 이론과 실천은 물론 국가를 위한 성과까지 확실하게 낸 몇 안되는 명재상 중 한명일 뿐더러, 한반도 역사상 손꼽을 만한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


 그가 고려를 지키려 했던 것도 결국 그의 목적은 백성의 앞날을 걱정하기 위한 행위 였다. 그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백성들을 먹여 살리기도 했다. 백성들을 쥐어짜 자신들의 배를 불린 권문세가를 몰아내는데 앞장 섰고, 현실성 없는 요동 정벌론에도 반대하는 등 그가 유교적 사상에 기반해 국가와 백성을 사랑했다는 사실 만은 변함이 없다.


 그는 고려를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꿈이 좌절되었다. 오랜 기간 백성과 국가를 위해 살았지만 결국 다른 진영의 정적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그가 마지막에 목숨을 일었던 건 그만큼 그가 유능하고 지식이 풍부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지막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충섬심과 학문은 조선과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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