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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Column

대통령이 두명인 나라

gyulee0220 2019. 1. 27. 13:22

 베네수엘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요즘 워낙 별의별 국내 문제가 많이 터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슈에는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베네수엘라이다. 지난 1월 11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었는데, 이와 동시에 베네수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베네수엘라는 대통령이 두명이다.


 대부분의 남미 지역들이 그렇듯이 베네수엘라 역시 반미감정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의 전임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국내에 깊이 존재했던 반미감정을 이용해 오랜 기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전형적 포퓰리스트였던 차베스는 민심 자극에는 소질이 있었으나, 정치능력은 심히 떨어지는 인물이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였던 베네수엘라의 경제력을 키우기는 커녕 국가를 경제 위기를 몰고 갔다. 물론, 석유값 하락이라는 국제적 배경도 분명 존재했기도 했지만 차베스-마두로 임기 동안 배네수엘라 경제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차베스때 잠잠하던 민심이 후임 마두로가 등장하자 정반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마두로 임기동안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야권에서는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모든 지도자가 그렇듯 마두로는 이를 거부했다. 베네수엘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플레이션을 가속되며 국민들을 가난에 병들어 가고 있었다. 더불어 정치도 난장판이었다.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국가 주요 요직들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차베스가 3선 개헌을 할 때 온갖 말도 안되는 법 조항을 집어 넣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할 수 있는 권한은 민주주의 정부에서 국회가 지닌 기본 권리지만, 베네수엘라에선 없었다. 즉,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


 그러다 작년 말 국회의 2019년 정부 예산안 심의에서 일이 터졌다. 베네수엘라 국회는 여소야대 구조였다. 즉, 국회엔 마두로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다수였기에 마두로가 작성한 예산안을 국회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두로는 예산 처리를 제멋대로 강행하였고, 이에 국회는 폭발하게 되었다. 결국 이 예산안 분쟁으로 국회 의장이었던 후안 과이도가 마두로 대통령 교체를 요구하고, 자신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며 마두로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렇게 베네수엘라는 지금 두 명의 대통령이 들어서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 많은 국민들은 과이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차베스 시절 부터 지속된 경제 위기의 여파 때문에 국민들은 마두로의 통일사회당 정부에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 무려 84.2%의 국민들이 마두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마두로가 무력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진압하지는 않고 있지만, 차베스의 경우에서도 봤듯이 이럴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마두로는 본래 차베스의 오른팔이었다. 오랜 기간 서방 국가들에게 수탈을 당한 남미 지역들은 60년대 소련발 공산주의 열풍에 힘입어 반미-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다. 차베스 역시 이런 과거의 배경이 지속되어 독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의 최측근 마두로 또한 그랬다. 이 둘은 베네수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해지고,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5년 가까이 지속된 무능한 정부에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민심이다.


 반면에 과이도는 베네수엘라에 있어 매우 신선한 인물이다. 그는 83년생으로 정치인들 중에서 매우 어린편에 속하는 30대 재선 국회의원이다. 본래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차베스 정권 당시 그가 언론사를 통폐합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언론 운동에 입문하면서 시작했다. 야권의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과이도는 마두로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두명의 대통령으로 갈라지게 되자 전세계에 있는 많은 나라들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지지하게 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국가 혹은 연합 4곳은 정확히 둘로 갈리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과이도를 지지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마두로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선택은 기존의 마두로와 통일사회당이 반미를 표방하고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게다가 과이도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과거도 있고, 이번에 과이도를 돕게 된다면 여러모로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개발로 인해 석유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석유의 힘은 크다. 미국 역시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원하고 있다. 이번에 과이도 정부를 지지하게 된다면 미국은 비교적 싼 값에 많은 석유를 확보할 수 있기에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과이도의 과도정부 지지를 표방했다. EU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 반미-좌파 정권이 들어섰던 대부분의 남미 지역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우파-친미정권으로 바뀌고 있다. 공산권 국가 붕괴 이후 가속화 되어 이제는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경우가 훨씬 다수가 되었다. 여전히 반미 정권이 들어서 있고 석유 매장량이 많은 베네수엘라 마저 잃게 되면 미국 견제에 있어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돌아섰기에 그들에게는 이제 나라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베네수엘라에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꽤나 높아보인다. 대부분 나라에서 내전으로 도입하게 되는 프로세스와 지금의 베네수엘라의 모습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심지어 과이도의 과도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국가 안에 떡하니 존재하는 케이스라서 더 위험할 지도 모른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나라엔 두 명의 대통령이 있을 수는 없다. 우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요구가 국가에 잘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 국민의 요구가 잘 반영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쟁 만큼은 꼭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게 제3국에서 그저 뉴스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바램이다. 가뜩이나 가난으로 인한 난민이 많은 베네수엘라에 더 큰 혼란이 꼭 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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