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쿼터와 클러치 타임에 유독 강했던 선수. 하프 코트 주변은 계속 움직이다 귀신같은 타이밍에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 3점슛을 집어 넣었던 선수. 역대 최고의 오프 더 볼 무브를 보여준 선수. 트래쉬 토킹에도 일가견이 있어 항상 얄미웠던 선수. 정말 적으로 만나면 얄밉고 짜증났던 선수. 역대 최고의 농구 센스를 발휘한 선수. 바로 레지 밀러다.
인디애나 페이서스 원클럽맨이었던 레지 밀러는 항상 적으로 만날 때마다 귀찮은 존재였다. 내가 중학교 시절 레지밀러는 거의 선수생활 말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이후 농구를 보기 시작했던 나였기에 그에 대한 무서움은 사실 과거 영상이나 글을 통해 봤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기는 하지만 확실히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년에도 여전히 자신의 영향력을 뽐내며 내가 농구를 보기 시작할 때 그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나로선, 레지 밀러라는 이름을 듣게 되면 무서움이 느껴진다.
특히 2004년 선수 말년이었던 레지밀러가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 무려 39점을 몰아치는 걸 보면서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에 빠져 농구를 보기 시작한 나에게 레지 밀러는 그 경기로 안티히어로같은 존재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레지 밀러라는 선수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레지 밀러에 대한 재밌는 일화 중 하나는 마이클 조던과의 트래쉬 토킹이었다. 마이클 조던이 한창 NBA를 지배하고 있었을 당시 레지 밀러가 핫 루키로 떠오르며 그와 경기에서 마주치게된다. 평상시 승부욕이 강하고 트레쉬 토킹을 즐겨하는 레지 밀러였던 만큼 마이클 조던에게 바로 신경전을 펼치게 된다. 당시 경기에서 조던은 4득점, 밀러는 10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밀러의 트레쉬 토킹에 열받은 조던은 바로 그 경기에서 40점을 몰아치고 밀러는 12득점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완전 묶이게 된다. 경기가 끝나고 좌절한 밀러에게 조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흑인 예수에게 그렇게 얘기하면 안되지.(Be careful, you never talk to Black Jesus like that.)"
이후 레지 밀러는 마이클 조던에게 한차례도 트레쉬 토킹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레지 밀러의 가장 큰 상징은 당연히 3점슛이다. 물론 스테판 커리가 나타나면서 NBA 역사상 최고의 3점 슈터 자리를 내주게 되었으나, 커리 이전의 최고의 슈터는 밀러임이 분명하다. 농구가 현대화 되면서 3점슛의 중요성이 과거 보다 중요해졌고, 레지 밀러는 3점슛의 가치 성장을 나타내는 대표적 선수였다. 그의 출현으로 대세가 확실한 성공이 보장되는 미들 라인 슈터에서 팀에 많은 점수를 가져오는 3점 라인에서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슈터로 대세가 바뀐다. 향후 나오는 레이 앨런과 스테판 커리 같은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준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가 이 점에 있다.
또한, 레지 밀러는 탁월한 클러치 능력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특히 이런 클러치 능력은 빛이 발했다. 8.9초 동안 무려 8점을 성공 시켜 역전 시킨 일화는 아직도 농구계에서 회자될 정도로 사람을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죽하면 동명의 맥주 광고 였던 밀러 타임이라는 말을 레지 밀러에도 적용하며, 그가 나온 경기에서 클러치 타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밀러타임이 왔다고 외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레지 밀러는 또한 인디애나 페이셔스 원클럽맨으로 구단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게 되었다. 최근에 NBA를 보면 각 구단의 1옵션 선수들이 우승반지를 위해서 더 강한팀으로 이적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조던 이후 최고의 NBA선수였던 르브론 제임스도 클리브랜드 캐빌리어스에서 마이애미 히트로 팀을 옮겨 우승반지를 얻었고, 현재 최고의 NBA 선수로 평가 받는 케빈 듀란트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팀을 옮긴다. 물론 우승을 하기 위해 팀을 옮기는 행위를 나쁘게 볼 순 없지만, 원 소속팀의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는 모습을 절대 좋게 볼 수 없다. 하지만, 레지밀러는 페이셔스의 왕으로 남았다. 현대에 와서 NBA에 얼마 없는 원클럽맨 선수이기에 그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를 실제로 경기에서 본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도 짧았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 안티히어로로 제대로 각인되었다. 요즘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밀러를 보면 학창시절 재밌게 NBA를 보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너무 수치화된 자료가 많아 농구를 볼떄 이성적으로 보는 듯 한데, 그 당시는 참 감성적으로 스포츠를 봤다. 마지막 경기에서 'Thank you, Reggie' 라는 문구를 보면서 팬들의 환영을 받았는 그의 모습이 참 그립다.
'Writing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인성은 빨리 드러나고, 훌륭한 인성은 천천히 드러난다. (1) | 2020.01.05 |
---|---|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사람들에게 (0) | 2019.11.24 |
대영제국의 만행에 대한 고발 (0) | 2019.07.15 |
K리그의 ACL 탈락, 위기는 곧 기회 (0) | 2019.06.30 |
권리와 의무 그리고 대림동 여경 (0) | 2019.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