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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ecdote.
내가 해도 저거 보단 잘하겠다. 이 말이 날 개발자 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어릴적부터 예민하고 참 불만이 많던 아이는 컴퓨터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곳이 있을때 마다 바꾸고 싶은 욕구가 정말 많이 들었다. 실시간 정보가 전혀 맞지 않은 버스 어플을 들고 통학을 봤고, 학교 어플은 홈페이지와 성적 정보 맞지 않았다. 송금 및 결제 어플의 많은 인증 절차에 짜증 냈고, 자주 쓰는 커뮤니티 어플은 홈페이지 보다 불편함이 더 많았다.
학교 어플 개발은 거칠것이 없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다들 내말에 동의를 해줬다. 적당히 이런 부분을 없애 사용자에게 편리함이 증가시켰습니다 라고 짠하면 조원들이나 교수님은 잘했다는 칭찬을 했다. 스타트업에서는 직접 개발을 맡지 않았기에 내말이 곧 진리였다. 그냥 개발자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면 될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개발 잘할줄 알았다.
그렇게 취직을 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난 내가 원했던 개발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을 지금 하고 있다. 나는 지금 학교와 휴학시절엔 전혀 다른 처음 보는 개발 툴, 언어를 사용하며 일하고 있다. 개발보다는 상급자와 호흡을 맞추고 조직에 기여하는 방법에 대한 압력을 엄청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내가 가졌던 꿈이랑 괴리감이 너무 큰게 회사생활이더라. 물론, 돈을 받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개발건도 처리해야 하고 조직을 위한 업무도 해야하는건 분명 맞다. 내 꿈만 생각하며 돌아서기엔 내 어깨에 놓인 짐이 너무 많다.
대학생 땐, 개발 시작하면 지금 시장에 나온 서비스들 비웃기라도 하듯 멋진 서비스 내놓는게 목표였는데, 이젠 이 일로 굶어 죽지만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회사 일도 열심히하고, 자기계발로 나만의 프로그램도 소소하게 만들어 보며 지낸다. 목표는 아직도 확실한데 점점 자신감은 잃어 가고 있다. 물론 아직 젊은 편이니 계속 달려야지.
첫번째 나의 동기는 제일 잘하는 것 그거 말곤 없었는데, 이제는 그냥 이 과정에 남는게 있기를 바랄 뿐이고
남들 보다 전공을 늦게 시작 했다. 남자가 군대갔다오면 정신차린다고, 내가 딱 그런 케이스다. 20살때까지 그냥 부모님과 선생님 원하는대로 잘 살아오니까 나는 없더라. 2학년때 애들이랑 술마시며 성적 개판치고 1년 휴학하고 여행가고 스타트업 한다고 돈벌이 해본게 그나마 있는 일탈이었다. 대학생이라면 돈벌 생각하지 말고 공부하라던데, 지나고 보니가 이말이 제일 개소리라는걸 요즘 느낀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을 했기에 걱정이 참 많았다. 어느 전공이 다 그렇겠지만 개발자라는게 어느정도 재능도 있어야 하고, 흥미도 있어야 한다. 90년대부터 IT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와 같은 90년대 생들 중에는 어릴적부터 개발만 해온 친구들이 정말 많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서비스 만들어 본 경험 있는 친구들이 컴퓨터 공학과 와선 나처럼 생각없이 전공 선택한 친구들 다 바보로 만들더라.
내 걱정도 힘들었는데 주변의 걱정은 날 더 힘들게 했다. 걱정이 아닌 오지랖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전공을 하고 있던 교수님들한테 내가 전공을 바꿨다는 얘기 못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래도 친한 주변 사람들에겐 말을 했다. 그 중 몇몇은 응원하기도 했지만, 누구는 “너가 그거 해서 성공할 것 같니?”, ”원래 해오던 애들을 무슨 수로 이기겠니” 이렇게 말하더라.
짜증났다. 그럴때마다 난 보란듯이 증명해 낼려고 더 열심히 했다. 첫번째 목표는 당연히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이었다. 취준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낮엔 아르바이트 하고 밤엔 독서실에 가 취업 준비를 했다. 그때 힘들때마다 항상 할 놈은 결국 하고 만다 라는 말을 엄청 생각했다. 남들보다 늦은 길이었기에 난 두배이상 노력해야 했다. 전공자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할때 마다 항상 지기 싫었기에 더 공부하고 더 아는척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걸 배우기 위해 때론 그들의 지식을 귀 머너로 계속 들었다.
휴학하고 스타트업에 발을 들였다. 내가 전공자가 아니니 개발자로 날 받아줄리 만무했기에 기획자로 들어가는 운좋게 받아주더라. 그러면서 개발자들이 하는거 옆에서 계속 배웠다. 서버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 옆에서 살펴보고,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JavaScript언어도 배웠다. 그러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이때의 경험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더라. 정말 컴공과 전공 학생들이 우습게 보이더라. 휴학 전에는 동경과 부러움이 대상이었던 그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할때 난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다.
실력에는 축지법은 없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내게 놓인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차이가 있기에, 한발짝 뒤로 물러서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조금은 늦어 보여도 남이 보는 나를 정확히 인지하고 여기에 맞게 한발씩 나가다보니 나중엔 정말 많은걸 얻을 수 있더라.
한 계단씩 차례대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난 옷사는 걸 좋아한다. 내 지출을 살펴보면 생활비와 식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 중 최대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의류비다. 주말마다 심심하면 백화점이나 홍대에 나가 쇼핑하고 돌아온다. 아직은 지갑의 여유가 넉넉하지는 못해 양손이 두둑하게 돌아오지는 못해도,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옷 가게에 가면 옷 잘입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이 사람들 패션 보면서 이걸 나한테 어떻게 적용해야 잘 어울릴지 고민한다. 근데 나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내 주위엔 없다. 내 취미를 공유할 사람이 없어 그냥 맘편하게 혼자 쇼핑다닌다.
난 스타일링도 예술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개소리라고? 영화도 1900년대 초에 나올 때 예술로 쳐주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 현대에 와 간신히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하는 머리와 입는 옷은 충분히 훗날 예술이 될 수 있다. 박물관에 가면 옛날 신라시대 입었던 옷과 금관을 전시해 놓는다. 1000년이 지나서 보면 버킷햇도 박물관에 전시될지 모른다. 금관은 예술로 인정받고 버킷햇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할 이유는 딱히 없다. 단지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은 희소 가치와 현대와 고대라는 시차에서 비롯된 가시적 문화에 대한 차이일 뿐이다. 물론 스파 브랜드에서 찍어내듯이 생산되는 옷은 예술성이 전혀 없는 실용성 제품이긴 하나, 제품 하나하나가 아닌 전체적인 한 사람의 스타일링으로 보면 이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하는 스타일링까지 예술딱지를 붙이고 싶진 않다. 그럴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나 나름대론 머리부터 신발까지 나름대로 고민해서 옷을 입기는한다. 근데 우리 사회에선 내 취미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런 말하면 어떻게 쇼핑과 스타일링이 취미가 되냐고 말한다. 취미에 대한 정의가 꼭 악기를 만지고, 덤벨을 잡거나 필드에 나가 공을 쳐야 되는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취미는 말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거 하는 거다.
참 한심한게 이력서에서 취미쓰는 칸이다. 그거 알아서 뭐할 것이며, 그렇게 딱 잘라 취미를 정하라는 것도 웃기다. 심지어 취미가 없는 것도 취미일 수 있다. 집에서 쉬는게 좋다면 그래도 된다. 그런거 조사하는 이유가 참 궁금하다. 우린 취미마저 정해진 범주 내에서 고르는 한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 눈 의식하지 말고 정말 내가 즐거운일이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억지로 취미를 만들려고 하지마라. 취미는 자연스러운 삶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분야가 있을 때, 여기에 약간의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취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이력서에서 그런 쓸데 없는 칸 지워라. 그거 회사에서 알 필요 없다.
눈에 띄는 놈 못 잡아서먹어서 안달. 그러면서 평범하단 소린 또 듣기 싫잖아.
이방인 발매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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