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아야할 대한민국사 - 2. 제주 4.3 사건

  

1947년 제주도에서 삼일절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제주도 민들이 가두 시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 병력도 꽤나 존재했다. 미군정 산하의 대한민국이었기에 소수의 미군도 존재했다. 이러던 와중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한 기마 경찰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이를 밟고 지나쳤다. 하지만 해당 경찰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가게 되았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몇몇 시민이 분노를 했고, 해당 경찰을 깜짝 놀라 도망가게 되었다. 시민들 역시 해당 경찰을 돌을 던져가며 쫒아가게 된다. 그러자 경찰서에 있던 경찰관들이 해당 경찰을 위협한다고 판단했고, 시민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시민 6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상을 입게 되었다. 양 쪽의 오해로 인해 발생된 이 작은 사건이 대한민국 역사에 엄청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많은 제주도 시민들은 분노했다. 경찰들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공권력에 대한 제주인들의 민심은 바닥을 쳤다. 이 것이 남로당에게는 엄청난 기회로 다가왔다. 남로당의 선동, 좌익 세력들의 국가에 대한 불만, 시민들의 분노 등이 어우려져 3월 10일 부터 민관 합동 파업이 시작되었다. 제주도 전역으로 퍼진 이 파업에서 사람들은 3월 1일 행사에 대한 중앙정부의 사과와 진상 파악을 하는 것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군정은 해당 사건을 좌익세력의 선동으로 인한 파업이라고 봤고, 일체의 사과도 없이 지나치게 되었다. 미군정은 제주도에 서북 청년단등 극우익 세력을 보냈고, 제주도를 좌익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으로 몰아가며 제주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1947년 3월 부터 1948년 4월까지 약 1년간 남로당 혹은 좌익세력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있던 제주도 민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고문을 했다. 이런 과정이 계속 지속되다 보니 제주도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져 가고 있었다.

  남로당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주도에서 대대적인 봉기를 계획하게 된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 각지에 있던 오름에서의 봉화를 시작으로 무장 봉기를 진행했다. 무장대는 제주도 주요 공권력 인사들과 우익 세력에 대한 공격을 진행했다. 그들의 집이나 직장을 습격했고, 무기를 탈취하며 봉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관군에 비해 인원도 적고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라 제주도 지형을 이용한 '빨치산' 형태의 공격을 진행했다. 5.10 총선거를 앞두고 있던 중앙정부는 제주도 남로당의 무장 봉기에 대한 탄압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광적으로 무장대 진압을 진행했다. 차라리 이쯤에서 일이 끝났으면 제주도에서 발생한 피해는 이쯤에서 멈췄고, 많은 선량한 제주도 민들이 죽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4월 22일 군경은 무장대에게 평화 협상을 요청하는 전단지를 뿌리게 된다. 당시 제 9연대장이었던 김익렬은 '더 이상의 동족 상잔의 비극을 지켜볼 수 없다.' 면서 무장대에게 평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일 요구하게 된다. 4월 28일 군경은 무장대와 평화 협상을 맺게 되었고, 72시간 내로 전투를 끝내는 것에 대해 협의를 마치게 된다. 하지만 72시간이 지나기도 전인 5월 1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에 의해 방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오라리 방화사건'이다. 당시 관군도 협상과 토벌에 대한 주도권 쟁탈을 위해 경찰과 경비대의 견제가 서로 상당했다. 두 세력이 서로 주도권을 잡는 것이 두려웠기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보여지고 있다. 물론, 경찰은 좌익의 이간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정부는 다시 무장대가 활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조병옥 경무부장 등이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당시 제주도 경비대 연대장이었던 김익렬과 미군정 맨스필드는 제주도에서 더이상 폭력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김익렬은 이번 사건은 경찰측의 잘못도 일부분 있으니 더이상의 싸움은 그만 두고 다시 한번 평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지했지만, 조병옥 등 경찰 대표들은 강경책으로 밀고 나갔다, 결국 김익렬은 해임되었고, 경찰들을 중심으로 다시한번 무장대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이 진행되었다. 5.10 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에서는 피바람이 불었다. 중앙 정부에서는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투표소 근처에 많은 부대를 파견했지만 무장대는 투표소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선거가 끝나고도 관군은 무장대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선량한 제주도 민이 희생되게 되었다. 한명의 공산주의자를 잡기 위해서 수많은 제주도 민들이 죽게 되었다. 관군 내에도 제주도 민들이 많았기에 서로 죽이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제주도는 점차 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제주도에 대한 탄압은 끝이 안보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로도 계속 되었다. 1948년 11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은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 했다. 남로당 세력이 주로 해안가에서 서로 연략을 한다는 이유로 해안가에 가까이 있는 자들을 모두 죽이고, 총살당하는 자를 보고 만세나 환호를 하지 못하면 죽이고, 무장대로 변장해 들어가 자신한테 도움을 주는 자들이 있으면 죽이는 등 공권력은 점차 미쳐가게 되었다. 토벌대들은 노인, 어린이, 부녀자 누구든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럽거나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자들을 죽여나갔다. 2000년대 들어서 진행된 4.3사건 진상 조사에서 무려 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제주도 8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죽거나 행방불명 된 것으로 나왔다. 추정 사망자로는 6만명이 넘은 인원으로 조사되었다.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큰 사건이다. 이승만 정권이 보여줬던 추악성 중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이승만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양민을 학살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고, 그를 국부로 지정하거나 지폐 위인으로 선정하자는 말이 얼마나 희대의 개소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가 욕하는 스탈린, 히틀러 같은 인물들이 보여줬던 양민 학살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 4.3사건이다. 대한민국판 킬링필드가 재현된 사건이다. 제1공화국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저지른 대표적 양민 학살 사건이다.

  사람들에게 잔혹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가설에 근거가 될만한 사건으로까지 보여질 정도로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1948년 4월 3일 이후 1957년 제주도에서 마지막 무장대가 검거 될 때 까지 공권력은 무장대 토벌을 근거로 무서울 정도로 민간인을 학살해 나갔다. 무장대를 잡기위해서 수만명의 민간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정통성이 부족했고, 권력을 공고하게 만들어야 겠다는 제1공화국 지도부의 필요성에 의해 그들은 학살을 자행했다. 독재 권력은 항상 죄없는 시민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며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한다. 자국민을 무섭게 몰아치고 국가 진보에 있어 중요 요소중 하나인 자유와 다양성을 강제적으로 통제한다. 

  민중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그 사람에 대한 위대함을 인정해야한다. 간혹가다가 극우 세력들이 이승만을 민족의 영웅, 대한민국의 국부라고 꼽기도 한다. 나도 물론 이승만의 업적은 인증한다. 그가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힘썻고, 대한민국을 공산화로 부터 막는데에는 분명 그의 공이 크다. 허나, 누가 그랬다. 사람은 다면체라고. 특히 근현대사의 인물, 위인을 분석할 때는 다각도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세운 업적과 과오를 분명히 구분해보자.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 잔 다르크,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 이 사람들은 자국민으로부터 무한한 칭송을 받는다. 위기 속에서 국가를 구해낸 장본인들이다. 이승만 그는 분명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제주도에서의 수많은 민간인 학살. 공권력 앞에서 찍소리 못하고 죽어간 제주도민을 생각하면서까지 그가 국민적 영웅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인물에 대한 존경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남한테 자신을 존경하라고 강요해봤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를 살면서 수많은 보스와 리더를 만난다. 보스는 남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리더는 모두를 하나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준다고 했다. 그는 분명 리더는 아니었다. 보스였을지는 몰라도 좋은 보스도 아니었다. 그를 국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