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Column

좋은 사람

gyulee0220 2018. 7. 24. 22:02


  나는 좋은 사람일까?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대학교 교양 심리학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그래서 첫인상의 중요성이라는 말이 강조되는 것이다. 생김새, 옷, 외모 등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에 대해 분석을 마친다. 나 역시 사람을 보면서 빠르게 분석을 마치려고 한다. 저 사람의 외모와 옷 스타일만 보고 모든것을 판단한다. 정장을 입었는데 셔츠 카라가 삐져 나온 사람은 본다면, 어디선가 실수를 많이 할 것만 같고 큰일을 맡기기에 조심스러워 질 것이 분명하다. 그 사람은 단지 그날 너무 바빠서 셔츠 카라 정리를 못한 것이라곤 생각치 않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인식의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사실 첫 인상으로 저 사람은 괜찮고 믿음직한 사람이다라고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타인에 대해 좋은 인식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왜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을 판단하려고 한다. 저 사람이 나에게 진정 도움이 될 것 인지 빠르게 판단한다. 인간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기에 자신만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탓하지 말라. 사람은 원래 그렇다.

  나 또한 그렇다.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하면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려 한다. 활발한 사람이구나, 저 사람이랑은 대화가 조금 통하지 않겠구나,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구나. 이런 식으로 판단을 내리고 내 다음 행동을 정한다. 나의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그에 맞게 나의 태도를 정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요즘 한발짝 더 나아가 저사람에 대한 장단점까지 내리고 나름대로의 시나리오까지 정한다. 가령 타인에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회사가서 상사들에게 많이 까이겠구나. 이렇게 까지 생각한다. 마치 내가 무슨 점쟁이라도 된 마냥 타인의 미래를 분석하고 있다. 내 머리속에 자리잡은 점쟁이는 때론 회사 CEO가 되서 사람에 대한 고과를 내린다. 마치 한우 등급을 매기듯이 사람에 대한 점수를 A부터 F까지 인사 고과를 매긴다. 

  이런 행동 자체를 탓하지는 않겠다. 인간의 본능이다.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분석을 하는 것은 인류의 희망이지 않은가. 내 뇌 역시 그런 인류의 희망에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려고 하는 노력이니 빠르게 타인을 분석하려는 자체만으로 내 자신을 탓하기는 싫다. 다만 이런 분석은 항상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을 하며, 내가 나름대로 D나 F 등급을 준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나가 마음속에 등급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스 101에 나왔던 김소혜도 F등급 에서 아이오아이 데뷔를 달성한것 처럼 누구든지 자신에 대한 평판은 노력하에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못나서 그 사람에대한 장점을 보지 못한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뭐라고 타인이 내 기준을 맞춰야 하나.

  그러면 이제 내 이야기를 해보자. 그렇게 남에 대한 평가를 잘 내리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잘 할까? 타인에 대한 기준으로만 보면 나는 최소 스티브 워즈니악이나 퀴리 부인급 인재여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람은 타인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면서, 자신에 대한 기준은 엄청 관대하다. 나 역시 타인에 대한 단점은 쉽게 찾아내면서 나에 대한 단점은 찾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내가 좋은 사람도 아닌데 남을 무슨 근거로 나쁘다고 판단하는가. 새로운 사람은 만나 대화가 잘 안통하면 사교성이 부족하다, 지식이 부족하면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별의별 이유로 타인에 대해 단점을 쉽게 뽑아낸다.
 
  그러는 나는 좋은 사람인가? 저 사람은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나는 사교성이 좋은가?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타인을 판단하면서 나는 얼마나 전문 지식을 잘 알고 있는가?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있었는가? 타인에 대한 단점 찾기 이전에 나에 대해 한번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내 삶을 위해서 노력했는가? 올해 초에 읽을 책 목록을 써놓고선 7월이 지난 이 시점 20%도 달성하지 못했다. 매주 글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채우지도 못했다. 지금 쯤이면 알고리즘 공부가 끝났어야 했는데 아직도 진행중이다. 내 자신에 대한 발전은 하나도 없으면서 타인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가?

  최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온갖 평가를 내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을 잘 가꿨길래 자꾸 타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가 생각해보았다. 앞으로도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며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릴것이다. 그러기 전에 전문 지식 공부 좀더 하고, 코딩 한줄 더 하고, 책도 더 읽고 나를 발전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깐 다시 공부하자!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참 서론이 길었다. 이제 시간적 여유도 생겼으니 다시 한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