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ACL 탈락, 위기는 곧 기회
올시즌 ACL에서 K리그 구단을 더이상 볼 수 없다. K리그 대표 강호 전북 현대와 올시즌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울산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에서 동반 탈락하게 되었다. 호화 스쿼드를 자랑하는 상하이 상강과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었던 전북 현대의 탈락은 어쩔 수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울산의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1차전에서 이미 승리했던지라 더욱 더 아쉽게 느껴졌다. 울산 현대는 홈에서 무기력하게 3대0으로 크게 패했다.
이런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살지 모르겠지만 할말은 해야겠다. 이제 K리그는 아시아에서 스몰마켓으로 전락했다. 물론 아직 동남아나 기타 개발 도상국 프로리그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지만, K리그보다 자본력과 실력이 우위에 있는 리그가 등장했다. 물론, 2002년 ACL대회가 실시된 이후로 K리그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루어 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성공적인 한일월드컵 개최와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우리나라는 야구와 축구가 국민 스포츠의 자리를 두고 계속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2002년의 월드컵 성과는 축구를 일순간에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가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축구의 열풍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국가대표의 열기 만큼은 아니었지만, K리그의 인기도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이후 K리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유럽 리그에서 활약에 힘입어 K리그에서도 박주영, 이청용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많은 스토리도 만들어 지고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K리그는 아시아 프로축구 중 최강의 위치를 지닐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축구 리그와 인프라에 투자를 안하니 자연스레 K리그는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근데 상황이 바뀌어갔다. 짧은 사이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급 성장해 순식간에 세계 강대국 반열에 오르고, 석유로 이미 재벌 행세를 하고 있던 중동국가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들은 2000년대 말 세계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고 있던 서구 자본까지도 잠식해 들어갔다. 이들은 유럽 프로 팀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만수르. 이전에는 유럽 프로팀은 내부 자본이 탄탄했기에 중동이나 중국의 머니파워에도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는데 상황이 점차 달라져갔다. 중동과 중국의 유럽 축구계 진출로 자국 리그와 커넥션이 자연스레 구축되었다. 10년사이 중동과 중국 리그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이제는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다가 나이가 먹어 기량이 쇠퇴되면 자연스럽게 중국과 중동리그로 발을 돌리는 현상이 매우 자연스러워 졌다. 10년전에는 유럽 축구 스타가 중동에서 뛴다고 하면 엄청난 기삿거리를 양산했지만, 이제는 너무 당연한 현상이 되었다. 심지어 중국에서 뛰다가 다시 유럽으로 리턴한 선수도 있다. 그것도 무려 FC 바르셀로나로. 물론 아직까지도 돈을 보고 중국과 중동리그로 머니 러시를 떠나는 선수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리그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일이다. 비난을 듣는거야 선수들이지 리그 자체로서는 큰 이득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 헐크나 사비 에르난데스가 뛴다고 하면 정말 즐거울 볼거리가 형성 되는것이다. 이 자체로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되고 구단의 수입 증가도 당연해진다.
K리그는 이제 셀링클럽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단계를 밝고았다. 당연한 것이 우리는 중국과 중동의 자본력을 이길 수가 없다. 수원 삼성에서 맹활약했던 수비수 이정수는 알사드에서 활약하고 돌아왔고, 작년에는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전북현대에서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미래가 창창한 K리그 탑급 수비수가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한 것이다. 국대 실력은 아직 우위에 있으나 리그 파워로서는 슈퍼리그와 중동리그를 이기기 힘들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지금까지 ACL에서 놀라운 성적을 유지하고 있던 K리그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말도 안되는 성과를 이루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중국과 중동리그를 돈만 밝히는 저급한 구단이라고 격하 시킬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본을 탓하는 그림이 너무 우습지 않은가? 우린 우리 살길을 찾으면 된다. 다행이 이번 U-20 월드컵 준우승이 대한민국 축구와 K리그의 살길을 보여준다.
아직 중국과 중동은 리그 경쟁력에 비해 국가대표 경쟁력인 매우 낮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직 월드컵 문턱에도 못가고 있다. 카타르가 이번 아시안컵을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아직 지속적인 성과를 이루진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만 20세 이하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 무대에서 준우승을 한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유소년 체계나 젋은 선수들이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돈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어쨋든 이 선수들로 K리그 구단들을 장사를 잘 해야한다.
이 장사는 선수를 직접 구단에 판매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실제로 유럽의 FC 포르투와 아약스는 거상이라고 불릴만큼 젊은 선수들을 매우 비싸게 빅클럽으로 파는데 도를 텄다. 이정수나 김민재, 김영권 처럼 이 선수들은 중국과 중동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가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호재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이 중국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엔 유능한 축구선수들이 많고, 이를 비싸게 구매하려는 고객은 넘쳐난다.
또 직접 장사가 아니더라도 마케팅으로도 좋은 승부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구단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FC 서울이다. FC 서울은 이번 U-20에서 활약한 조영욱 선수를 활용해 많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영욱 선수를 앞세워 유니폼을 판매하기도 하고 직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FC역시 구단에 몸담은 적이 있던 정정용감독을 시축으로 세우기도 하면서 U-20열풍을 이용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아직 시간은 많다. K리그에 관심이 많고 항상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챙보고있기에 K리그가 아직까지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시아의 맹주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 자존심 상할일이라는 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다만 시대가 점차 바뀌어가고 있고 우리 역시 이 시대에 맞춰 변화와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이 밥먹여주던 시대는 한참 지난지 오래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이 시간동안 K리그의 경쟁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